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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관적인 해석과 상황날조로 이루어진 이야기임을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원

Helios × Queen

Ramy​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의 맑은 날이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의 화창한 날이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의 바람이 상쾌한 날이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의 나무들이 울창한 날이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의 잔잔한 파도의 바다 그리고 새들이 있던 날이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의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가득했던 날이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모든 존재가 늘 그렇듯이, 당연하듯이 존재 하던 날이었다.

아무 일도 없길 바랐던 그런 날이었다.

 

간절히 바라던 단 하나의 소원이 사라진 날이었다.

 

언젠가 그 날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토록 바래왔던 소원은 이룰 수 있었을까.

 

사랑하는 이의 웃음을 다시 보고 싶었던 단 하나의 소원.

그 소원은 지금 어디쯤을 향하고 있을까.

 

2049년

 

블랙스완은 퀸의 각성에 성공하고 그 힘을 이용하여 그들만의 미래에 도착하는 ‘목표’에

도달하였고, 퀸의 유전자를 이용하여 진화된 인류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신’이라고 불리는

기술을 습득하였다.

퀸의 유전자를 이용한 연구는 아레스가 전담하여 진행하였으며, 모든 연구가 마무리 되었을 즈음에 퀸은 사라져버렸다.

아레스에게 퀸의 행방을 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그녀는 더 이상 이 연구에 필요하지 않아.”

 

이었다.

아레스가 퀸에게 표한 마지막 배려였는지 아니면 그저 실험체로서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한 건지는 아레스 그리고 사라진 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아레스의 말이 끝남에 따라 조직원들은 더 이상 퀸을 기억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퀸은 그저 인류의 진화를 위한, 그들의 목적을 위한 실험실 속에 살았던 쥐 한 마리

이었으며, 그렇게 잊혀졌다.

진화된 인류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만들고 지워야 할 것들이 많았다.

 

수많은 시간들이 계속해서 지나가고 있었다.

 

진화를 위해 만들어진 도시 Completion of Evolution(통칭 ‘CE’ : 체)의 한 오피스텔에서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한 없이 들리고 있다.

‘타닥타다닥. 탁. 탁. 탁. enter. 탁’

결과 화면에서는 ‘Not found’ 메시지만이 그의 결과에 대답하고 있었다.

 

“쯧.”

 

짧은 소리와 함께 노트북을 덮으려던 그는 이내 다시 펼쳐서 새로운 명령어를 입력하기

시작한다.

 

‘타닥탁탁. 탁다닥. 탁. 탁. 탁. Lost/Last Hope. enter.’

 

‘loading......’

 

‘We Found Her’

 

결과 화면을 본 그는 희미하게 입 꼬리를 올렸다 이내 다시 내린다.

그리고 노트북을 덮은 후 공간만을 남겨 둔 채 문을 열고 나갔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은발을 가진 그는 자신의 차로 들어가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체의 입구로 향했다.

아니, 체의 출구로 향했다.

더 이상 돌아올 일 없다는 듯이 한 손을 대충 흔들며 그는 사라져갔다.

 

그 어느 것도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고 체안의 인류들은 말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존재 하고 있었다.

그늘 속의 존재들.

진화에 환영 받지 못하고 버려진 존재들.

하지만 그들이 불행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진화된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할 뿐 살아가는 환경은 과거의 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체와는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Terminal Hope(통칭 ‘TEHO’ : 테호) 라는 도시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더 이상 겨울이 없는 도시.

 

은발의 그, 아니 헬리오스는 지금 그 도시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녀를.

 

자신에게 방해라고 생각했던 그녀를.

자신에게 소리치며 울고 있던 그녀를.

자신에게 살아야 한다며 부탁했던 그녀를.

자신에게 웃으며 퀸의 각성을 받아들였던 그녀를.

자신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채 사라져 버린 그녀를.

 

듣지 못했던 그녀의 마지막 말을 알고 싶었던 헬리오스는 직접 그녀를 찾아 나섰다.

 

헬리오스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이토록 그녀를 찾고 있는지.

왜 이토록 그녀의 목소리를 찾고 있는지.

왜 이토록 그녀의 흔적을 찾고 있는지.

왜 이토록 그녀의 소원이 알고 싶은지.

 

하지만 단 하나만은 알고 있었다.

 

자신만의 끝을 내야만 한다는 것을.

분명 그녀를 만나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장작 49시간을 운전하여 테호에 도착하였다.

테호의 입구에는

 

‘희망의 장소에 어서 오세요’라는 표지판이었다.

 

헬리오스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저 그녀만을 찾고 어서 볼 일을 끝내고 싶었다.

 

그녀가 보고 싶었다.

 

테호는 평범한 도시였다.

건물이 있었고, 시장이 있었고, 집이 있었고, 사람들이 있었다.

다만, 현 인류가 말하는 현재에 맞지 않는 과거의 풍경들이었다.

어린 아이들은 웃으며 서로를 쫓아 뛰어 놀았고, 어른들은 피로한 표정, 기쁜 표정등 다양한 것들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평범했던 과거의 잔향들이 존재했다.

 

블랙스완이 진화를 위해 불필요하다고 여겼던 그 모든 모습들이 이곳에 담겨 있었다.

 

적당히 보이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헬리오스는 차안에서 다시 노트북을 펼쳤다.

테호에 존재하는 CCTV는 의외로 상당한 수였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있을 특정한 장소 반경만 설정된다면 말이다.

다만 헬리오스의 장소 설정에 문제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녀의 흔적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더 애 먹이는 여자군.’

 

“.....찾았다.”

 

테호 도착에 걸리는 시간만큼 CCTV들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화면 속에 있는 그녀의 모습은 체에서 봤던 모습과는 다소 달랐지만 그녀였다.

머리길이는 예전보다 많이 짧아져 있었다.

퀸의 유전자를 이용한 프로젝트에 협조한다는 말을 한 후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때 보다 좀 더 말라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때보다 더 밝게 웃고 있었다.

퀸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테호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세계에 살아 있었다.

 

퀸의 각성 후 그녀의 유전자를 이용한 연구는 비공개로 소수 정예 연구원들만 동원하여 진행하였으며, 철저히 비밀리에 붙여졌다.

조직원들은 물론 간부들까지도.

연구 진행사항 및 테스트 결과는 비공개로 진행되었고, 모든 연구가 종료된 후에야 최종 결과를 공유 받을 수 있었다.

 

‘연구는 성공하였고, 퀸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신인류는 진화를 가속화 시킬 것이다.’

 

그 후에 헬리오스는 사라진 그녀의 흔적을 찾았다.

하지만 어디서도 그녀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수천 번, 수 만 번 대답 없는 컴퓨터의 결과 화면만을 보았다.

모두 실패.

그리고 며칠 전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시도했던 방법에서 답을 얻었다.

하지만 헬리오스는 그녀가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강인한 그녀였지만 실험체로서 많은 것들을 잃었다고 생각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녀만의 방식대로 살아남았던 것이다.

 

헬리오스는 그리움을 담은 눈으로 화면속의 그녀를 쫓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다시 떴다.

그리고 그녀가 있는 곳을 향해 다시 차를 움직였다.

테호의 한 디저트 가게 ‘Honey Spread’

 

“딸랑”

“어서 오세요.”

“언니! 나 또 왔어요!”

“이게 누구야? 오늘도 케이크 먹으러 온 거야?”

“아니야! 언니 보러 온 거에요!”

“그렇구나. 언니는 너무 행복한 사람이네. 언니도 좋아해주고 케이크도 맛있게 먹어주는

소중한 손님이 매일 보러 와주니까!“

“응!”

 

디저트 가게의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는 생크림이 묻은 앞치마를 입은 채로 손님으로 들어온 어린아이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진열장에 무수히 놓여있는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케이크와 과자들.

그리고 달콤한 냄새들이 가득한 곳.

이곳에 들어오는 누구든 행복한 미소가 끊이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의 디저트 가게

‘허니 스프레드’

 

“언니! 나 궁금한 게 있어요!”

“응? 우리 vip손님께서 뭐가 궁금하실까요?”

“가게 이름이 왜 허니 스프레드에요? 언니가 꿀을 좋아해서 에요?”

“하하하. 귀여워라. 가게이름이 궁금했구나.”

“응! 알려주세요!”

 

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과 궁금함으로 주먹을 꼭 쥔 채 여자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니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해서. 언젠가 꿀처럼 달콤한 꿈을 꿀 수 있는 날들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해서.”

“우와! 그럼 그 사람은 언니가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럼! 아주 아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지.”

“그럼 그 사람은 언니 케이크 매일매일 먹어요?”

 

여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아직 한 번도 먹어주지 않았어.”

“왜요? 이렇게 맛있는데? 난 언니가 만드는 케이크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그러게. 우리 vip 손님이 이렇게 말해주는데 한 번을 먹어 주지를 않네.”

“안되겠어요! 내가 말해줄게요! 언니의 케이크는 우주 최고라고.”

“정말? 역시! 우리 vip!”

 

여자는 어린아이 손님을 꼭 껴안아 주었다.

그리운 누군가를 생각하며.

 

가게의 영업시간이 끝나고 여자는 진열장을 정리하고, 케이크의 냉장고를 확인 한 뒤 가게 문을 잠그고 퇴근 했다.

 

집으로 가는 길,

여자는 생각했다.

 

잘 지내고 있을까.

잘 지낼 거야.

헬리오스는.

 

그녀는 떠올렸다.

블랙스완의 실험이 끝났던 날 밤을.

 

모든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온 뒤, 아레스는 그녀의 상태와 결과를 좀 더 면밀히 검토한다는 명목상의 내용으로 그녀를 자신의 연구실로 데려갔다.

그곳은 아레스만이 출입이 가능한 곳이었다.

예전 그를 알았을 때처럼 심플한 연구실이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책들. 누군가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싸늘함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그렇게 둘러봐도 당신이 원하는 건 이곳에 없어요. 이리로 와서 앉아요.”

“........”

“퀸, 모든 실험은 끝났어요.”

“네. 알고 있어요.”

“당신의 협력 덕분에 내가 생각했던 기간 보다 빨리 끝낼 수 있었어요. 여기에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하죠. 퀸.“

“네.”

“안 물어보네요.”

“뭘 말인가요?”

“이후 당신이 어떻게 될지. 그리고 당신이 신경 쓰는 그에 대해서.”

“이미 정해져 있는 답에 대해 물어보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하지만 물어보지 않는다면 그건 당신이 아니니까요. 내가 아는 유연은 그래요.”

 

퀸, 아니 유연은 고개를 들어 아레스를 바라보았다.

모든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 말은 ‘더 이상 퀸이라는 존재는 필요하지 않다.’라는 의미라는 걸 알고 있다.

필요 없는 카드를 블랙스완, 아니 아레스가 갖고 있을 정도로 이곳은 친절한 곳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곳에 스스로 발을 들인 순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처분 될지는 예상이 갔다.

물론, 이대로 처분에 대해 받아들이고 앉아있을 생각도 아니었다.

아레스의 말대로 그건 ‘유연’이 아니니까.

그리고 그건 내가 그, 헬리오스에게 지금까지 말했던 것과는 전혀 맞지 않으니까.

유연과 눈이 마주친 아레스는 웃어보였다.

순간 자신이 알고 있는 그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내 웃음을 거두고 입을 열었다.

 

“블랙스완은 퀸을 처분할 거예요. 블랙스완의 처분이라 함은 이 세상에서 ‘소멸’을 의미해요. 알고 있나요?”

 

유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당신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아닌가요?”

 

유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모든 일에 능사가 아니란 걸 아직도 모르는 건가.”

 

유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레스는 비웃음이 섞인 한숨을 쉬었다.

 

“이대로라면 당신은 오늘 밤에 죽어요. 유연. 그리고 헬리오스는 당신을 구하러가지 못해요. 또한 이번에 당신이 맞이하는 죽음은 영원의 죽음이에요. 더 이상의 삶은 어느 세계에서도 존재하지 못할 거예요.”

 

아레스는 유연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난 비생산적인 일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유연. 잘 들어요.

나는 오늘 내 연구실인 이곳에서 아침이 밝을 때까지 결과 정리를 해야 해요.

그런데 난 당신의 정면에 보이는 책장을 정리하고 싶어요.

이번 연구가 끝남에 따라 더 이상 필요 없는 책들이 있으니까.

책장의 세 번 째 칸들의 책은 다 필요 없는 것들이에요.

마침 옆에 박스가 있는데 그곳에 책을 다 담아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세 번 째 칸의 오른편에 나와 있는 이음새를 눌러서 나타나는 공간으로 상자를 들고 가서 그걸 처리 해주면 좋겠네요.

난 당신이 그 부탁을 들어주기 전까지 이곳에서 내보내지 않을 예정이라는 걸 알아둬요.”

 

예전의 유연이었다면, 무슨 소리냐고 되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유연은 알고 있다.

아레스가 자신을 이곳에서 내 보내 준다고 말하고 있다는 걸.

‘유연은 여기서 나가야 하고 아레스는 유연을 기꺼이 보내준다고 한다.’라는 사실 만이 존재한다.

유연은 책장의 세 번째 칸을 보았다.

책은 겨우 3권, 그리고 봉투 1개가 다였다.

상자에 모두 담았다.

그리고 그의 말에 따라 공간으로 그 상자를 들고 내려갔다.

그녀의 발소리가 점차 사라져갔다.

아레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장의 이음새를 눌러서 공간을 닫았다.

연구실은 조용했다.

아레스는 다시 자리에 앉아 보고서를 읽어나갔다.

 

유연은 어디로 통할지 모르는 계단들을 내려가 나오는 문을 열어보았다.

아주 조용한 모래사장이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따라오시죠.”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가려져 있는 남성이 서 있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아레스님의 명령으로 퀸을 테호까지 모셔다 드려야 합니다.”

 

테호...

유연은 그 남성을 따라 차에 오른 뒤 자신의 남은 생을 보내게 될 곳으로 떠났다.

 

그렇게 유연은 테호로 오게 되었고, 퀸 이전에 갖고 있던 특유의 밝음으로 살아남았고,

현재는 ‘허니 스프레드’ 가게를 운영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날 밤을 떠올리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집 앞.

언제나 하루가 끝나고 퇴근 후에 집 앞에 도착 할 때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누군가를 찾았다.

혹시 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의 하루를 격려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려보았다.

 

“역시.”

 

가방속의 열쇠를 꺼내며 중얼거렸다.

 

“뭐가 역시라는 건데?”

“찰랑”

 

열쇠는 유연의 손을 빠져나가 땅으로 떨어졌다.

급하게 뒤들 돌아본 유연의 앞에는 피로해 보이지만 확실히 있었다.

그토록 보고 싶어 하고 걱정되었던 헬리오스가 서 있었다.

 

“너 표정 되게 이상해.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헬리오스는 좀 더 가까이 와서 유연이 떨어뜨린 열쇠를 주웠다.

그리고 아무 말 없는 유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얼굴을 찡그렸다.

 

“너... 머리가 이상해지기라...도”

 

유연은 헬리오스를 껴안았다.

정말 자신의 앞에 실재 한다는 게 맞다는 걸 확인하듯이.

헬리오스는 자신을 제대로 껴안지도 못하는 유연을 그대로 담담히 놔두었다.

헬리오스 역시 유연처럼 확인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찾아온 게 그녀가 맞는지.

 

맞았다.

그녀였다.

퀸이었다.

유연이었다.

 

“이제 좀 놓지?”

“......싫어요.”

“왜?”

“사라질까봐. 이 팔 놓으면 혹시 꿈이라는 거 알게 될까봐 무서워서.”

“나 귀신 아니야.”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거든요.”

“......하.”

“정말 헬리오스 맞죠?”

 

헬리오스는 유연을 떼어 내며 말했다.

 

“맞으니까. 그만 좀 하지?”

“다행이다. 다행이에요. 살아있어서.”

“그건 내가 할 소리야.”

“다행이라고요? 내 걱정한 거예요?”

“그거 말고. 용케 살아있었네.”

“잊은 거예요? 나 유연이에요. 생명력 하나는 끈질기거든요?”

“기운 넘치는 것도 여전하네.”

“당연하죠.”

 

그리운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날 찾은 거예요?”

“그걸 내가 설명해 줄 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요. 잘 지냈어요?”

“너랑 소꿉놀이 하려고 온 거 아니야.”

“오랜만인데 안부 정도는 말해 줘도 되잖아요. 안 본 사이에 더 매정해진 것 같아!”

“용건이 있어서 왔어.”

 

유연은 긴장했다.

떠올렸다.

잠시 잊고 있었다.

헬리오스도 블랙스완의 간부라는 걸.

날 다시 데리고 가려고 헬리오스를 보낸 건가.

내가 있는 곳은 아레스만이 알고 있을 텐데.

 

“내가 여기 있는 건 아무도 몰라.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돼.

그리고 블랙스완이 원하는 걸 얻은 이상 내가 뭘 하든 그들은 상관하지 않을 거야.

내 의지로 널 찾아 온 거야. 누구의 명령도 아니야. 네가 있는 곳은 내 능력으로 알아 본 거고.”

 

유연은 안심했다.

그리고 헬리오스가 말한 그의 의지로 자신을 찾았다는 말에 기뻤다.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나를 찾아줬구나.’

 

“용건이 있어서 찾아 온 거야. 끝나면 떠날 거니까 안심해.”

“어디로 가는 거예요?”

“어디든.”

“그렇다는 말은 이곳에 있어도 된다는 거죠?”

“뭐?”

“용건이 끝나도 이곳에 있어요.”

“왜 그래야 하는데?”

“네?”

“여기 있으면 나한테 뭐가 좋냐고 묻는 거야.”
“그야 사람들도 친절하고, 즐거운 일들도 많고, 바다도 있고, 맛있는 것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여기 있으니까요.“

“마지막 이유가 제일 마음에 안 드는데?”

“진짜 너무하네. 그렇다는 건 다른 이유는 양호하다는 거죠?”

“그렇다는 소리 안했는데?”

“......정말! 그럼 좋아요. 우리 거래 하죠. 일주일! 일주일만 이곳에 머물러요. 그래서 이곳이 정말 별로라면 떠나도 돼요. 안 잡을게요!”

“억지 부리지마. 왜 내가 그 제안을 받아 들여야 하지?”

“왜냐면 나한테 용건이 있어서 온 거잖아요. 일주일 동안 머무르면 그 때 들어줄게요.

지금은 안 들어 줄 거예요. 절대!”

“안 보는 새에 조금은 똑똑해진 것 같네. 좋아. 그 제안 받아들일게.”

 

유연은 놀랐다.

그 헬리오스가 그녀의 제안을 이렇게 쉽게 받아들이다니.

평소 그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용건을 해결하고 떠날 수 있었을 텐데.

그도 조금은 변한 걸까.

그게 좋은 방향이라면 좋을 텐데.

 

“그럼 먼저 들어간다.”

 

어딜...?

 

헬리오스는 처음에 주운 열쇠로 유연의 집을 열고 들어갔다.

유연은 놀란 눈으로 뒤따라 들어가면서 헬리오스를 불렀다.

 

“헬리오스!!!”

“시끄러워. 그냥 불러도 다 들려. 왜.”

“왜... 왜... 어째서...여기...”

“일주일동안 머무르라며. 그리고 이곳의 좋은 점은 네가 알려 주는 거 아니야?

그러려면 불편해도 내가 여기서 머무르는 게 맞는 게 아닌가. 아님 가고.”

“그냥 가면 용건이...”

“널 보고 있으니까 그 용건이 별로 안 중요해지는 것 같아서. 그냥 가도 될 것 같은데.”

 

유연은 생각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알았어요. 남는 방 있으니까 거기서 머물러요. 이불 가져다줄게요.”

L&P

Black Swan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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